내 사무실 책상 위엔, 입사 때 선물 받은 선인장이 있다.
입사 당시 기르고 싶은 식물을 고를 수 있었고,
단순히 '물 주는 주기가 길어 키우기 쉬울 것 같다'라는 이유로 선인장을 골랐더랬다.
대충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한 달에 한 번 화분이 가득 찰만큼 듬뿍' 물을 줘야 했고...
지금껏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달 1일에 물을 줬다.
위 사진처럼, 줄기가 토끼 귀처럼 자라 귀여운 맛이 있었는데...
책상 정리를 하던 중 실수로 치는 바람에, 양 쪽 줄기가 모두 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귀 좀 없다고 정든 선인장을 버릴 수는 없는 노릇.
그 이후로도 매달 1일마다 민둥민둥해진 선인장에 듬뿍 물을 줬다.
그리고 현재.
선인장엔 새로운 줄기가 쑥쑥 자라나고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모습으로!
귀엽던 토끼 귀 모양의 줄기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정체 모를 몽둥이 모양의 줄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나는 중.
처음 줄기들이 떨어졌을 때는 선인장이 죽어버린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몇 달간 몸통도 자라지 않고 새로운 줄기가 나지도 않았기 때문.
하지만 어느 날 아주 작은 줄기가 새롭게 자라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을 향해 쭉쭉 키를 키우고 있다.
(머지않아 몸통보다 더 커질 기세로 말이다!)
그 모습이 제법 우습다. 저렇게 희한하게 생긴 선인장이 또 있을까?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인생은 선인장일지도 몰라.
아무리 애지중지 길러도, 결국 떨어질 잎은 떨어진다.
아무리 슬퍼도, 떨어진 잎을 다시 붙일 수는 없다.
아무리 물을 많이 줘도, 억지로 빨리 자라게 만들 수는 없다.
그리고... 아무리 귀여운 토끼 귀 모양을 원해도, 우습게 생긴 몽둥이 모양과 마주할 수도 있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의 물을 주는 것.
어떤 모양으로 자라든 간에, 그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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