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머챗 배포 회고

2023-03-09 23:47

드디어.

드디어 란 표현이 가장 적합할 것 같다.

오늘 드디어, 앱 내 채팅 기능을 배포했다.

2월 초 업데이트 이후, 약 한 달하고도 일주일만의 기능 업데이트.

 

배포를 완료한 후 집에 와서 생각해 보면...

고작 한 달 만에 (유사) 카카오톡 메신저를 개발한 게 신기하기도 하다.

심지어 단순 앱 내 채팅이 아닌...

카카오 알림톡, 앱 내 예약 및 고객 데이터, 변수 입력 등을 모두 고려해야 했으니.

심지어! 프론트 개발자 2명, 백엔드 개발자 1명에서 이 모든 걸 구현해야 했으니!

 

그런데도, 그런데도. 한 달간 왜 이리 초조했을까.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었던 것 같다.

 

1. 더 빠르고 효율적일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한 조급함

맨 처음 채팅 관련 기획을 했을 때, 가장 경계한 상황이 있었다.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지 못하는 것.

동일한 목표를 공유하지 못하는 것.

각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통의 목표가 흔들리고 늦춰지는 것.

 

그래서 1차 배포 때까지 구현할 기능을 논의할 때,

최대한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기능만을 간추리려 했다.

→ 메시지를 전송하고, 수신하고, 미용사와 보호자에게 각자의 방식으로 알림이 전송되는 것!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스프린트가 흐를수록, 자꾸만 다른 논의사항들이 생겨났다.

 

물론... 그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떠오를 수도 있다.

이를 공통의 목표로, 1차 배포 전까지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사항에 추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만큼 중요하지는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메시지의 송수신, 알림. 이만한 본질이 없으니.

이 한 사이클을 달성하지 못하면, 이외의 부차적인 요소들은 아무런 쓸모가 없으니.

어떻게 해서든 한 사이클을 빠르게 완료하고, 테스트하고, 다 같이 직접 사용해 보고, 다음 구현 사항을 추가하길 바랐다.

 

물론 이렇게 하지 못했다는 뜻은 아니다.

중간중간 정말 예상치도 못한 수많은!!! 이슈들과 마주했고,

다른 업무들을 처리하는데 쓴 시간과 노력도 있었다.

더군다나, socket과 채팅은 모두가 처음 접해보는 챌린지였다.

→ 나름 훌륭하게 선방했다... 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어쨌든 간에. 그 뭐가 어떻게 됐던 간에.

예상 1차 배포 목표는 지난 주였고, 목표보다 1주일 정도 늦었다.

이는 도망칠 수 없는 사실.

 

프로, 전문가의 자질 중 하나는 '하지 않아도 아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개발자에 대입해 보면...

진짜 개발하지 않아도, 예상 소요 시간을 산정할 수 있는 힘. (물론 100% 정확할 수는 없겠지만)

이 힘이 부족했고, 분명한 아쉬움이 남는다.

더 빠르게, 효율적으로,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개발하고, 공유할 수 있었을 텐데.

 

2. 스타트업 공동 창업자. 그 무게가 주는 조급함

물론 최대의 리스크를 짊어진 대표와 비견할 순 없다.

하지만...

어쨌든 난 내 팀에, 내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팀을 성공으로 이끌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자꾸만 숨이 찬다.

아직도 우리 서비스는 수익 모델을 검증하지 못했다.

이번 연도 안에 이를 이뤄내야 한다.

그리고 채팅은... 이를 위한 작고 소중한 첫걸음이었다.

 

이 첫걸음을 빨리 떼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서든 미용사와 보호자를 연결해야 하는데.

 

일을 하면서도 조급했다.

옆에서 쉬고 있는 팀원들이 보면 괜히 숨이 가빠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런 다짐을 했다.

1) 팀원들의 100%를 끌어낼 책임도 내게 존재한다.
책임... 까지는 아니겠지만,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줘야 한다. 제안할 부분은 제안하고, 요구할 부분은 요구해야 한다.

물론 항상 명확한 목표와 근거를 갖고 얘기해야 함을 잊지 말자!

 

2) 프로세스의 힘

좋은 프로세스는 효율을 높인다. 한 번 겪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돕는다.

갑갑한 틀이 아닌, 최소한의 울타리를 만들자.

비단 개발뿐만이 아니다. 팀 전체의 프로세스를 고민하자